2012년 11월 27일 화요일

mn[희망 100세 시대] 자살까지 시도했던 전직 스타강사의 심경고백

“매일 회사에서 해고당하는 꿈을 꿔요.”




10년째 일회용품 납품업체에서 일해 온 신지용 과장(가명·43)은 요즘 회사를 그만 두는 꿈을 밥 먹듯이 꾼다. 담배도 줄담배만 핀다. 식사도 입맛이 없어서 하루에 한 끼만 한다. 심지어 금슬 좋았던 아내와의 대화마저도 단절되는 지경에 이르렀다.

이 모든 건 자신이 직장에서 해고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서 비롯됐다. 최근 그의 회사에서는 경영 악화라는 이유로 일부 중년 직원들을 해고시키고 참신한 젊은 직원들을 뽑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.

“제가 퇴출대상 0순위일 겁니다. 퇴사하면 처자식을 어떻게 먹여 살려야 될까요?”

신 과장은 다른 직장을 찾겠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하지만 정작 그를 더려가겠다는 직장은 아무 데도 없다. 그렇다고 3000만원 남짓한 퇴직금으로는 밑천이 모자라 남들 다한다는 장사도 할 수 없다.

그가 피고 버린 재떨이에 가득 찬 담배꽁초처럼 신 과장의 근심은 하루하루 쌓여만 간다.

하지만 신 과장의 인생사를 돌이켜 보면 항상 지금처럼 일이 꼬였던 것은 아니다. 그는 연세대 국문학과 89학번 출신으로 20여년 전 서울 강남 일대 학원가를 주름잡는 스타 국어 강사였다. 그의 손길이 닿는 학생은 곧 명문대 입학을 한다는 말이 돌 정도로 전도유망한 강사였고 돈도 벌만큼 벌었다.

그러나 인생은 굴곡이 있는 법. 그는 잠시 해외에 나가 있는 동안 카지노를 접하면서 그 많던 재산을 탕진했고 결국엔 이혼까지 당하는 고초를 겪었다. 수년간 방황하던 그는 10여년 전 현재의 부인을 만나 재혼했고 부인이 내조를 잘 해준 덕분에 현재 다니는 회사에 취직까지 했던 것이다.

“우리 마누라 생각하면 회사에서 버텨야 해요. 근데 제가 능력이 없어서 해고당할 것 같아요. 해고당할 걸 대비해서 취업센터에 가서 일자리를 알아보지만 중년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가 않아요.”

최근 신 과장은 서울에 있는 취업센터들을 모두 방문했지만 구직자들만 많고 일자리는 적은 현실에 실망하고 집으로 발길을 돌린 것이 수십 번이다.

막상 취업센터에 찾아가도 번듯한 일자리는 고사하고 단순 노무직을 구하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였던 것.

“뭔 구직자가 이리도 많은지 취업센터에 1·2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다 온 것 같아요. 근데 정작 취업센터에서 일자리를 얻은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.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취업을 거부당하는 경우도 종종 있거든요.”

1년 전부터 신 과장의 부인은 식당에서 주방 일을 하고 있다. 남편이 퇴직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내키지는 않지만 일을 자청한 것이다. 또 조만간 대학생이 될 두 아들의 대학 등록금을 낼 생각을 하면 집에 앉아서 놀고먹을 수만은 없었다.

이런 부인을 보고 신 과장은 가족 몰래 눈시울을 붉혔고 집에서 밥 먹는 것조차 부인에게 미안해 굶은 적도 많았다. 그래서 신 과장은 어떻게든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해고당하지 않고 버티려고 노력해왔고 부인 몰래 회사에서 퇴출당할 것을 대비해 취업센터에서 일자리를 알아 본 것이다.

하지만 회사에서 해고당할 것은 자명하고 또 새로운 일자리도 얻지 못해 신 과장은 하루하루가 답답하기만 하다. 그렇다고 예전에 명성을 날리던 스타 국어 강사로도 돌아갈 수 없다. 신 과장이 학원을 떠난 지 벌써 20년 세월이 흐른 만큼 강사로서의 감도 떨어졌고 이제 젊고 실력 있는 강사들한테 밀린다는 이유로 학원들로부터 문전박대를 당했기 때문이다.

“학원 강사를 다시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현재 직장 일이 잘 풀리는 것도 아니고 새로운 일자리는 안 구해지고 답이 없네요. 자살을 선택할 수도 없어요. 저 없으면 처자식은 힘들어질 겁니다. 자살 생각도 몇 번 했지만 접었습니다.”

몇 달 전 신 과장은 모든 일이 안 풀린다는 이유로 마포대교에서 투신자살을 시도했었다. 이른 새벽 거나하게 술이 취한 상태에서 지나가는 사람 하나 없었기에 세상 뜨는 날로는 적합했다는 것.

“소주 4병을 연거푸 마시니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더군요. 투신하기 전 제 신발을 가지런히 놔두고 지난 과거들을 돌이켜봤어요. 남들에게 상처도 줬고 저 또한 상처도 받았고요. 모든 걸 내려놓고 이승을 떠나려고 했죠. 근데 ‘제가 죽으면 가족의 상처는 얼마나 클까’라는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. 그 순간부터는 투신하려는 생각이 없어지고 가족을 위해 살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습니다.”

이날 이후로 신 과장은 자살하겠다는 생각을 두 번 다시 하지 않았다. 자신이 자살하면 큰 상처를 받는 건 결국 남겨진 가족들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. 모든 일이 안 풀려 불평불만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반드시 재기에 성공해 가장으로서 인정받고 싶다고 신 과장은 인터뷰 내내 입이 닳도록 말했다.

또한 신 과장은 2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재취업을 하려면 정부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.

“현재 저는 모든 일이 잘 풀리지 않기 때문에 요즘 말로 멘붕(멘탈붕괴) 상태입니다. 정말 가족 몰래 울 때도 많았고 심지어 자살도 시도해봤고요. 그렇지만 가족을 생각하면 인생을 포기할 수 없더라고요. 인터뷰하기 전까지는 삶에 대한 불만이 많았지만 인터뷰가 끝날 때쯤 되니 ‘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아야겠다’는 생각이 드는군요.”

“저희 같은 2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재취업을 하려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데 지원이 없는 것 같아요. 사실 기존의 베이비부머 세대나 젊은 세대들이 취업을 할 수 있게 정부가 지원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사회단체 등에서 이들에게 취업 지원금을 주는 경우도 상당하거든요. 하지만 2차 베이비부머 세대는 사회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고 아직 젊다는 이유로 정부 지원이 잘 안되고 있다고 주변에서 말하고 있습니다. 정부와 사회단체 등에서 2차 베이비부머 세대를 많이 도와주셨으면 합니다.”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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